직관과 직감에 대한 경계와 의사결정
직관과 직감에 대한 경계와 의사결정
글 유일한(푸름인재개발원원장)
2013년 겨울 아마도 내가 직장생활로는 마지막 고비를 느끼고 있었을 시점이었으리라. 당시 나는 300여명이 다니는 회사에 임원(부사장)으로 나름 존재감을 형성하고자 그간 경험하였던 많은 아이템을 조직에 접목하고자 흡사 촉수를 더듬으며 사냥을 해 대는 곤충들처럼 부단하게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여성들이 비교적 많았던 조직이어서 터 놓고 속내를 나눌 만한 직원은 없었지만, 진정성을 피력하고자 많은 직원들과 업무 소통을 하려고 회의실과 커피숍을 누비며 상담을 하거나 결과를 정리하느라 부산하였던 몸부림이 다시금 새롭다.
하지만, 당시 도무지 그 들로부터 존중감을 얻어 내기가 힘들었었고, 심지어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도 많았기에 피로감과 불안한 기류를 지워버리기 어렵던 시절, 그 때 읽었던 책이 엘시버트란 작가가 쓴 “생존력”이란 책이었다. 책의 내용중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남아 있는 메시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직관력에 대한 작가의 정의였다. 그가
표현하기를 “직관력이란 미숙한 의식적 폐쇄 활동” 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
상사의 직관력은 경계의 대상이다.’라는 표현이 당시 힘든 상황에서 유독 공감이 가는 내용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나는 대기업과 공기관, 그리고 벤처기업에서 임원으로서 일했던
경력상 숱한 경험과 다양한 사건에 대한 경험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양, 나의 직관력이 대단할 것이라는
근자감을 갖고 있었던 가보다. 결과적으로 숱한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그 회사를 떠나야 했고, 그 이후 더 많은 회사를 다니거나 자문을 하며 경영자나 관리자 코칭을 하면서 십수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엘시버트가 경계하라는 직관력을 주의하면서 말이다. 그 덕에
진정성 있고, 가치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유지하거나 관계를 맺는 등 비교적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최근 로라후앙이라는 작가가 쓴 “직감의 힘”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최근 나는 딜레마에 빠진 채 어려웠던 2013년, 그 시절의 상황과 유사한 기시감(데자뷔)를 느끼고 있을 시점에 ‘직감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큰 공감을 느끼고 있다. 대만계 이민자 2세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차별과 싸우며 힘들게 공부를 하였던 저자는 삶이 대개 “직감”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을 파악하고는 석박사를 하며 아예 그 내용을 연구하며 책을 쓴 것이 바로 “직감의 힘”이었다. 지금은
조직행동학 분야의 거목이 된 그의 책은 결론적으로 주목할 만한 핵심 메시지가 ‘직관은 과정이고
직감은 결과이다.’ 라는 것이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연대하여 직관을 형성한 후 직감이 작용하여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직감이 나타나는 3가지
형태로
첫 번째 “아하, 바로
이거로구나!”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유레카(Eureka)’
두 번째, “뭔가 기분이 싸 한데? 이게 뭐지?” 라는 식으로 뭔가 불길한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파이디 센스(spidey sense),

세번째, 전율 또는 공명이 갑자기 충격처럼 와 닿은 졸트(jolt)
이렇게 세가지 유형으로 직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올 해
들어 늘상 스파이디센스가 작동하여 불안감이 증폭되곤 하였는데 역시나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도 예고된 결과였구나 하는 운명처럼 와 닿는 결과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안도 미후유라는 일본의 작가가 쓴 “노잉”이라는 책 속에서 설명했던 ‘10년 후 나의 모습이 비춰지고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는 것처럼 이미 우리는 특정한 삶을 디자인해놓고 살아가고 있는데 범인들은 하루하루 닥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예방활동을 못하고 살기에 원하는 삶을 실현하지 못하나 보다. 아마도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일까?
대학전공까지 포함하면 40여년을 기업교육에 종사해온 나로서는 학교교육이외의
즉, 졸업장이나 자격에 관한 공부가 아닐 바에는, 자기개발을
위한 교육은 무용한 것이 아닐까 깊은 자각을 하게 된다. 항간에 문제 있는 사람을 지칭하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란 말을 할 때마다 반박을 해왔던
나로서는 대 혼란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생긴 결 대로 사는 것’
이로구나 하는 유연한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자기개발 책을 출간했던 나로서는 ‘좀 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고 마음을 새롭게 환기하는 시점이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직감인 유레카로 전환을 서둘러 얻고자 한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회사의 관리자들을 육성하는 강사나 코치로 활동해온 온 일도 적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교감하였던 공감의 요소를 좀 더 신중하게 적용하고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잘 버무려 유레카적인 직감을 토대로 의사결정하기를 내 자신에게 기대하게
된다. 이제라도 직관을 더욱 경계하고 직감을 잘 알아 차리는(self-awareness)
현명한 그루(guru)로 남은 사회활동을 더욱 충실히 해야 겠다.